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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주민들

관해파리 (Siphonophore)

팔랑팔랑 춤추듯 바닷속을 유영하는 해파리는 보기엔 예쁘고 먹으면 맛있고 쏘이면 아픈(때로는 죽는) 다각적 매력을 지닌 주민이에요.
오늘은 해파리와 말미잘의 조금 특이한 친척이자 길기로 유명한 흰긴수염고래보다 긴 관해파리 이야기를 해볼게요.
175종이나 되는 관해파리는 무척 다양한 색과 생김새를 가졌어요. 
기포에 줄기가 붙은 것도 길고 가느다란 몸에 촉수를 잔뜩 달고 다니는 것도 둥글고 뭉툭한 모양을 가진 것도 있답니다.

 

관해파리

❈ 서식지 중간층 (비교적 얕은 수심대)
❈ 신체 특징 최대 40m까지 자라나는 기다란 몸
❈ 주식 갑각류
물고기
❈ 기타 수 천 마리가 운영하는 살아 숨 쉬는 공동체

 

부실한 내구도

관해파리는 너무너무 연약해서 잡으려고 하면 부서져버려요. 
요즘엔 심해 잠수함에 부착한 장비를 이용해 심해 주민들을 포획하고 연구하지만 예전에는 주로 그물을 바다 바닥에 던져서 긁어모았어요.
덕분에 끌려 올라오는 과정에서 약한 주민들은 몸이 부서지기 일쑤였지요. 관해파리도 그물에서 부서지는 약한 몸을 갖고 있어요.

 

사실 한 명이 아니야

관해파리는 놀랍게도 수천 개의 작은 해파리들이 하나로 뭉쳐져서 군락을 이룬 군체 해파리예요. 
식사반, 혈액 순환반, 번식반, 수영반 등 각기 다른 역할을 수행하는 작은 해파리 집단(개충)이 서로 연결되어 하나의 거대한 관해파리를 운영해나간답니다.

 

✤ 관해파리 영상 보기

보기에 따라 징그러울 수 있어요. 조심하세요. 

 

심해의 용 같기도 한 관해파리

 

심해의 함정 카드

관해파리는 몸이 약하지만 절대 심해의 약자는 아니에요. 오히려 작은 물고기나 갑각류를 잡아먹는 포식자에 속하지요.
먹이 사냥의 핵심은 빛나는 촉수예요. 주 무기는 독침 세포지만 몸에 달린 촉수에서 깜빡이는 붉은빛이 멀리 있는 먹잇감의 눈을 속여 독침 세포 사거리까지 유인하거든요.

많은 심해 주민들이 몸에서 빛을 낼 수 있지만 붉은빛은 매우 희귀해요. 멀리서 보면 갑각류처럼 보이는 관해파리 촉수의 붉은빛을 보고 다가온 물고기들은 꼼짝없이 독침 세포에 잡혀 관해파리의 영양분이 된답니다.

(물론 관해파리도 평범한 심해 주민들처럼 녹색이나 파란색 불빛을 만들 수 있어요.)

 


거대한 몸속에서 수없이 많은 해파리들이 마치 세포처럼 일하고 있는 관해파리. 
다양한 상상력을 폭발시키는 재밌고 매력적인 주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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