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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주민들

넓은 주둥이 상어 (megamouth)

상어 하면 어떤 것들이 떠오르나요. 
영화 죠스에서 큰 입을 쩍 벌리고 날카로운 이빨로 사람을 찢어 발기는 모습을 보여준 백상아리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거예요.
물론 상어는 바다의 상위 포식자이고 사람과 마주치면 해칠 수도 있어요.
하지만 굉장히 많은 종류로 나뉘는 상어 중엔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 상어도 있답니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아주 오랜 시간 인간의 눈을 피해 바다 생활을 누려온 넓은 주둥이 상어에 대해 알아볼게요.

 

넓은 주둥이 상어

❈ 서식지 중간층
수심 100-1000m 사이
❈ 신체 특징 무척 큰 입을 장식하는 앙증맞은 이빨
둥글고 납작한 머리

키 약 7미터
몸무게 약 1.2톤
❈ 주식 플랑크톤
(1.2톤의 몸을 유지하려면 정말 많은 플랑크톤을 먹어야겠네요) 
❈ 기타 약 5500년간의 숨바꼭질 승자

 

 

 

 

어떻게 그렇게 오래 숨었을까

넓은 주둥이 상어는 1979년에 처음 발견되었지만 그 이후로도 좀처럼 보기 힘든 주민이에요. 

기원전 3500년 전부터 아주 오랜 시간을 인간들에게 들키지 않고 살아낸 지구의 고참이지요.

이렇게 오래 발견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로 넓은 주둥이 상어가 카운터셰이딩종이라는 점이 꼽히기도 해요.

 

 카운터셰이딩이란

 몸의 그늘진 곳의 색이 밝고 빛이 닿는 곳이 어두운 현상으로 위장의 일종
 위에서 보면 바다의 어두운색에 아래에서 보면 하늘의 밝은색에 묻히는 효과를 낸다.

 

 

어떻게 발견됐지

넓은 주둥이 상어는 밥 먹다가 발견됐어요. 

군사 작전을 수행하던 미 해군이 적 잠수함을 찾기 위해 물속에 낙하산을 내렸는데 그걸 통째로 삼키려다가 끌려 나와버렸지요.

연구자들은 발견 후 7년이 지나서야 이 생명체를 세상에 알리고 이름을 붙여줄 수 있었어요.

군의 기밀 작전 중에 발견된 탓에 발견했다는 사실마저 비밀에 부쳐야 했기 때문이랍니다. 

첫 발견 이후로도 목격되는 횟수가 극히 적어서 환상 상어라고도 불려요.

 

일본에서는 그 희귀성 때문에 산갈치와 함께 지진을 부르는 상어로 여겨지기도 해요.

지구에 문제가 생기면 동식물이 가장 먼저 안다는 흔한 믿음에 기반한 인간의 미신일 뿐이지만요. 

 

 

무엇을 먹을까

넓은 주둥이 상어는 얼굴이 크고 넓적하며 둥글어요.

유연하게 발달된 널찍한 턱 덕분에 1미터나 벌어지는 입속에는 작고 귀여운 이빨들이 장식처럼 촘촘하게 붙어 있지요. 

 

재채기를 10년간 참고 있는 것처럼 오므린 입이 귀여워

 

사람을 해치지 않는 상어 중 가장 유명한 고래상어보단 투박하지만 꽤 깜찍하답니다.

 

나 정도는 아니지만 넓은 주둥이도 제법 귀엽지

 

입을 크게 벌리는 이유는 먹고살기 위해서예요.

넓은 주둥이 상어는 입을 쩍 벌린 채 헤엄치면서 작은 먹이들을 쓸어 담은 후 먹을만한 것들을 골라서 삼키는 여과섭식자거든요. 

일단 입안 가득 물과 함께 이런저런 것들을 퍼담은 후에 아가미에 달린 음식을 잡는 손과 비슷한 모양의 갈퀴로 먹이를 긁어모아서 먹지요.

식탁의 단골손님로 플랑크톤과 해파리 크릴새우 등이 있어요.

 

 

넓은 주둥이 상어의 여가

고래상어와 돌묵상어도 여과섭식을 해요.

많은 상어들 중 넓은 주둥이 상어와 함께 유일하게 여과섭식을 하는 주민들이지요.

하지만 비슷하다고 해서 이들과 함께 어울리는 건 아니랍니다.

넓은 주둥이 상어는 다른 상어들에 비해 수영에 서툴고 여과섭식을 하는 다른 친구들에 비해 덜 활동적이라 성향이 맞지 않거든요.

대신 밤이 되면 크릴새우 떼와 해파리를 따라 수면 나들이를 하며 나름의 여가를 보내요.

(같이 놀았다가 먹었다가...) 

 

 

 

 

 

 

우리는 친한 사람이 나와 비슷하길 바라요.

공감대를 형성해서 가까운 느낌을 받고 싶기 때문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비슷한 줄 알았던 친구가 다른 모습을 보이면 부정적이고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한답니다. 

그런 공격을 받을 때면 남들과 다른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고 불안해지기도 할 거예요. 

하지만 다른 상어와 달리 수영도 잘 못하고 활동적이지도 않은 넓은 주둥이 상어는 해파리나 새우들과 함께 밤을 보내거나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면서 오랜 시간 잘 살아왔어요.

나에게 맞는 것이 꼭 나와 같을 필요는 없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