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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주민들

블랙 고스트 (black ghost knifefish)

오늘은 강에 사는 물고기 이야기를 해볼게요. 열대어를 좋아한다면 반가운 얼굴일 거예요.

바로 세련된 줄무늬가 차밍한 늘씬한 몸매에 카리스마 넘치는 이름까지 갖춘 블랙 고스트입니다. 아마존 강 유역이 고향인 열대어로 칼고기의 일종이에요. 거대한 새의 깃털을 닮은 우아하고 아름다운 외형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요.

산갈치가 펄럭이는 등지느러미로 신비함을 자아낸다면 블랙 고스트는 물결치는 배지느러미로 우아함을 뽐낸답니다.

 

깃펜을 닮은 아름답고 세련된 외모

 

블랙 고스트

❈ 서식지 남미 아마존 강 유역
열대어 마니아의 수조
❈ 신체 특징 꼬리지느러미와 이어진 아름다운 배지느러미
아가미에 붙은 항문(..)
야생에서 자연스럽게 성장할 경우 약 60cm 까지 성장함 
❈ 주식 작은 물고기 
곤충
❈ 기타 작지만 실용적인 자체 전력 
야행성

 

남미의 영혼이 돌아가는 곳

블랙 고스트의 고향인 남미의 원주민들은 죽은 사람의 영혼이 깃드는 대상으로서 블랙 고스트를 매우 귀하게 여겼어요. 인디언의 순환적 생명관이 잘 드러나는 부분이지요. 

강으로 몰려가 전 추장의 영혼이 깃든 블랙 고스트에게 조언을 구하며 중대사를 정하거나 죽은 사람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블랙 고스트에게 제사를 올리는 등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떠오르지 않나요. 어느 부족에선 블랙 고스트가 왕이었을 지도 몰라요.

 

숨숨집이 필요해

블랙 고스트는 야행성이라 낮에는 자신만의 공간에 가만히 들어가 있는 걸 좋아해요. 꼭 고양이 같지요. 고향에서는 주로 수초 사이에 자리를 잡고 느긋하게 시간을 보냈어요. 수조에서 키울 때에도 숨숨집을 반드시 마련해 줘야 해요.
만 원 정도면 살 수 있는 블랙 고스트는 수족관에서도 쉽게 볼 수 있고 집에서 키우는 경우도 많아요. 집에서 키울 경우엔 60cm 이상의 큰 수조를 구비하고 남미 어종에 맞춘 수질과 수온을 유지해 주어야 한답니다.

다른 물고기들과의 동거는 힘들어요.
야행성이라 주행성 물고기들의 스트레스가 되기도 하고(자는데 누가 자꾸 돌아다니고 움직이면 싫겠지요) 블랙 고스트보다 작은 새우나 물고기는 잡아먹히며 성격이 전투적이라 같은 블랙 고스트나 엘리펀트 노즈 피시 같은 근연종(가까운 친척) 과는 죽도록 싸울 수 있거든요. 

궁합이 좋은 물고기도 있다고는 하지만 순순히 동거를 허락해 주는 주민은 아니에요.

그럼에도 온통 새카만 블랙 고스트와의 대비를 즐기기 위해 알비노종인 세네갈 비처를 함께 키우는 경우도 많다고 해요.

폴립테우스로 한데 묶이는 세네갈 비처의 이야기는 따로 더 자세히 할게요.

 

드래곤 고기라고도 불리는 세네갈 비처

 

파직 파직

블랙 고스트는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눈이 안 보여요. 꼬리에 있는 전기 기관이 눈을 대신하지요.

전기 기관에서 만들어내는 전류는 뱀장어만큼 강하진 않지만 먹이를 찾거나 천적의 접근을 파악하는 능력은 충분해서 어두운 밤에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어요. 수컷은 전기 기관에서 만들어내는 전류가 강하면 강할수록 많은 인기를 얻을 수 있답니다.

 

 

 

미국 미네소타주에 있는 바켄 박물관에는 블랙 고스트의 전기 신호를 소리로 변환해서 들을 수 있는 장치가 전시되어 있다고 해요.

물고기는 과연 어떤 말을 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