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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주민들

기베리크티스 (Gibberichthys)

어릴 때의 독특한 모습으로 지속적인 관심을 받는 물고기가 있어요. 이상한 물고기라고도 불리는 기베리크티스지요. 

어릴 때 쏟아지던 관심이 클수록 사라지면 현재의 자신이 과거에 밀리는 듯한 쓸쓸한 기분이 들 것 같아요.

하지만 어린 기베리크티스의 특징은 진정한 성장을 상징한답니다.

 

기베리크티스

❈ 서식지 중간층
수심 300-1000m
❈ 신체 특징 성장 후 몸길이 약 10cm
❈ 주식 작은 갑각류
❈ 기타 어릴 때 몸보다 큰 배지느러미를 질질 끌고 다닌다.

 

수수께끼의 배지느러미

성장을 마친 기베리크티스는 주목받을 만한 특징이 없는 평범하고 작은 심해어예요. 

하지만 어릴 때라면 이야기가 달라지죠. 몸보다 크게 늘어진 어린 기베리티크스의 배지느러미는 지금도 서로 다른 의견이 오가는 관심거리거든요.

 

배지느러미가 무척 길어

연구자들은 버거워 보이기도 하는 어린 기베리티크스의 배지느러미를 두고 해파리나 해초로 보이기 위한 눈속임이라는 의견과 자신의 몸을 베낀 대체품이라는 의견을 냈어요. 

어느 쪽이든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법이라는 건 똑같아요.

 

 

 

존재 이유나 역할이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은 어린 기베리티크스의 배지느러미는 다 자라고 나면 마치 방어막을 벗듯이 사라져요. 

저는 인간 사회에서 말하는 페르소나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간도 모두 어린 기베리크티스의 배지느러미를 갖고 있을 거예요. 스스로 꾸며낸 모습 말이에요. 

인간이 가진 기베리크티스의 배지느러미는 누군가로부터 날 보호하거나, 누군가를 실망시키지 않도록 하거나, 원하는 걸 얻고 잃지 않도록 애쓸 테지요.

하지만 우리는 배지느러미의 인생이 아닌 우리 자신의 인생을 살고 있어요.

천적의 위협이 여전해도 화려한 배지느러미를 떼고 독립하는 기베리크티스처럼 두려움 앞에 배지느러미를 벗어 두고 나아가는 모든 삶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