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혈오징어 (Vampire Squid)

오늘의 주인공은 가장 매력 있고 신비한 심해 주민 중 하나인 흡혈오징어예요.
피도 빨지 않고 오징어도 아니지만 오직 오징어를 닮은 붉은 몸 때문에 흡혈오징어라는 이름이 붙은 편견의 상징이기도 해요.
학자들은 오징어와 문어가 나뉘기 전 단계의 모습을 지닌 이 기묘한 생명체에게 고유한 분류명을 주기로 했어요.
그렇게 흡혈오징어는 흡혈오징어목 흡혈오징어과 흡혈오징어속이 되었답니다.

 

흡혈 오징어

❈ 서식지	온열대 바다 중간층 수심 400m에서 1000m 사이의 저산소 지대
❈ 신체 특징	키 30cm  귀부인의 치맛자락 같은 다리  코끼리의 귀를 닮은 깜찍한 지느러미
❈ 주식	바다눈 ※ 해수면에서 떠내려오는 입자로 주로 죽은 동물의 분해물이다. 물론 배설물일 수도 있다.
❈ 기타	개성 강한 심해의 순둥이

 

우아하지만 빈틈없어

흡혈오징어의 다리는 물갈퀴로 연결되어 있어서 쫙 펼치면 마치 중세 시대 드레스의 치맛자락 같아요.
우아하게 나풀대는 겉모습과 달리 속엔 수많은 가시가 줄지어 달려 있으니 훔쳐보려고도 속에 들어가려고도 하지 말아요.
흡혈오징어는 밝은 빛을 내는 8개의 다리와 먹이를 모아 입으로 가져가는 임무를 수행하는 2개의 촉수를 갖고 있어요. 

 

안에 가시가 가득해

지옥에서 온 악마 아니고 심해의 순둥이

처음 흡혈오징어를 본 학자들은 《저렇게 빨갛고 이상하게 생기다니, 저건 지옥에서 피를 빨러 온 게 분명하다》라고 생각했대요. 그래서 학명도 지옥에서 온 흡혈오징어라고 붙였어요.
하지만 흡혈오징어는 억울해요. 지옥에서 오지도 않았고 피를 빨기는커녕 다른 심해 주민들을 해치지도 않거든요.
머리에 달린 작은 지느러미로 파닥파닥 헤엄치며 바다에 내리는 눈을 먹고 산다는 사실이 먼저 알려졌다면 흡혈오징어 대신 다른 이름이 붙지 않았을까요. 편견이란 이렇게 무섭답니다. 

 

일단 가리고 본다 

흡혈오징어는 위협을 느끼면 마치 마릴린 먼로의 뒤집힌 치마처럼 다리를 뒤집어 몸통을 감싸는 방어 자세를 취해요.
다리에 달린 수많은 가시들이 파인애플을 닮아서 파인애플 자세라고 한대요. 

몸을 감싼 흡혈오징어는 수없이 터지는 플래시처럼 온몸과 다리의 빛을 반짝여서 위기를 모면하는데 정말 위험할 땐 최후의 수단으로 빛나는 침덩어리를 뿜어내 상대가 혼란에 빠진 사이에 줄행랑을 치기도 한답니다.

 

 

 

행복은 작은 감사의 결과물이라고도 하죠.

흡혈오징어는 외모 넘어의 가치를 알려주는 것 같아요. 외모에 가려진 매력을 발견하는 행복도 있다고요.